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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후기

제목 1/21 인제 자작나무 숲 트레킹 후기-하얀요정의 숲
작성자 박종우 작성일 2023-01-24 22:46:09


<하얀 요정들의 숲> 꼭 한 번은 하얀 눈이 내려 앉은 자작나무 숲을 걸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덜컥 예약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다. 우선, 왕복 이동시간에만 12시간이 소요되는 버스 여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 같았고, 한겨울 강원도의 북풍한설 또한 부산 촌놈에게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그래도 평생을 살아 오면서, 자연은 같은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 준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용기를 내어 본다. 다른 여행사와 달리 부산테마여행사는 28인승 리무진 버스라고 하니 더 큰 도움이 된다. 2222! 새벽 6시, 탑승을 맞아 주는 버스의 번호가 2222이다. 커플여행도 연상되고 가족 모임도 연상되니, 어쩐지 좋은 느낌이다. 중간 탑승지인 김해를 들러 버스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린다. 자신의 이름 끝자 "한"을 따, 스스로를 "달려라 하니"라고 소개한 앳된 총각 가이드의 얘기처럼 버스는 요동없이 잘도 달려 나간다. 새벽 지하철을 이용하느라 잠을 설친 탓에 한 잠이 들었나보다. 첫 휴게소에서 잠시 기지개를 폈나 싶었는데, 금새 중식지인 원주 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 음식이 별 기대할 건 없지만, 이른 시간의 원주 휴게소는 더 더욱 먹을 것이 없다. 한 때는 휴게소마다 나름 내세우는 시그니처 음식들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많은 메뉴들이 휴, 폐업된 탓 일게다. 하지만 어찌하리오. 눈으로 인해 미끄러운 길을 걷자면 뭐라도 먹어야 하는 것을..... 배를 채운 버스가 힘차게 달려 어느 새 원대리 자작나무 숲 주차장으로 진입한다. 오후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주차장에 승용차들은 가득하지만, 관광버스는 우리 뿐이다. 거리가 멀어서 오히려 늦게 도착한 것이 우리에겐 복이 된 셈이다. 다른 단체가 많으면 사진 하나 찍는데도 한참씩을 시간 낭비해야 하니, 그저 감사하는 마음일 따름이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접근이 쉬우면서도 남쪽 끝 부산 사람들에게 쉽지만은 않은 곳이다. 사시사철 특이한 수종 군락지라서 어느 계절이든 다 좋지만, 그래도 하얀 눈에 덮힌 하얀 자작나무가 더 운치 있다. 눈길 운전에 익숙치 않은 부산 촌놈에게, 자차를 이용한 겨울 강원도 접근은 결코 만만한 결정이 아니다. 더군다나 국유림이라서 월, 화요일은 휴무로 통제하며, 기상악화일 때 수시로 통제하고, 입장은 오후 2시가 마감이다. 2시 1분도 허용 안되는 칼통제구역이다. 그러니 적당한 하얀 눈, 알맞는 시간이 잘 어우러져야 하는 특별한 곳이다. 입구부터 하이얀 눈이 진입로를 덮고 있다. 뽀드득 뽀드득, 송곳같은 발톱을 드러 낸 아이젠이 다져진 눈을 움켜 쥐며 길을 만든다. 먼 길 달려 온 부산 촌놈의 양 발을, 자작나무 숲길에 쌓인 눈들이 반갑게 감싸며 환영해 준다. 하얗다. 온통 새하얗다. 내린 눈에 땅도 하얗고, 하늘 향해 쭉쭉 뻗은 자작나무들도 하얗다. 무엇보다 이런 저런 스트레스로 찌들었던 내마음이 온통 하얘진다. 온통 어지러이 세상의 낙서 천지로 더렵혀져 있던 내 마음이 새하얀 도화지로 돌아 온다. 새하얀 도화지가 되었으니 또 당분간은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너른 도화지가 되었다. 역시 대문 밖으로 한 발짝 나서길 잘 한 것 같다. 이 계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경치이고, 오늘이 아니면 놓쳐야 했던 아름다움이다. 자작나무 밑둥으로 얼기설기 만든 벤치에 앉아 귀기울여 보시라. 새하얀 눈들과 나무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요정들의 환영인사를 듣게 된다. 실눈을 뜨고 가만히 살펴 보면 요정들이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는 탓에 흔들리는 자작나무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에이, 바람이겠지"라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바람 한 점 없는 군락지 숲 속에서 이리저리 차례로 움직이는 나무가지들을 보노라면, 필시 그 곳을 뛰노는 요정과 인사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맞게 될 것이다. 화촉을 밝히던 나무였든, 자일리톨의 원료이든 하는 쓰임새와 구성 성분 보다는, 내 찌든 마음을 하얗게 만들어 준 자작나무의 요정에게 감사하게 된다. 군락지 주요 포토샾인 인디언 텐트는 필시 요정들의 집이다. 이 아름다운 숲 속에 요정이 살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연두빛 찬연한 봄에도 오고 싶고, 녹음이 짙은 여름에도 시원하게 쭉쭉 뻗은 모습을 보고 싶다. 노을빛으로 하늘을 가리는 가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 곳인가를 생각하면, 오늘의 여행은 오랜 기다림과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 필시 만날 때가 되어 만난 시절인연의 한 장면일 것이다. 아름답다. 꽃피는 봄 날이 아니어도 아름답다. 북풍한설의 찬 바람에서 우뚝 모여 선 자작나무들이 아름답다. 눈이 시려서 눈물이 흐를 만큼 아름답다. 어느 때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아름다운 요정들의 숲에 꼭 다시 올 것이다. ----------♡ 검은 토끼의 해에 새하얀 인연으로 만난 부산테마여행사의 가이드 두 분과 2222기사님,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건강과 행운을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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